김학홍 시장 당선자의 시정 밑그림을 그릴 인수위원회가 15명으로 구성돼 발족했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당선자가 확정되면서 문경시도 처음으로 인수위원회를 구성했고,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그러나 인수위원회를 단순한 인수인계 기구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인수위원회는 새로운 시정의 방향을 설정하고 향후 4년 시정 운영의 기틀을 마련하는 첫 정책설계 조직이다.
문경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수위원회의 가치는 숫자에 있지 않다. 15명이든 20명이든 중요한 것은 구성원의 전문성과 문제 해결 능력이다.
지역 현실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복잡하게 얽힌 현안을 어떤 시각으로 분석하는지, 그리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가 인수위원회의 역량을 가늠하는 기준이다.
특히 민선 지방정부의 성공은 취임 이후보다 취임 이전 준비 과정에서 상당 부분 결정된다. 행정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인수위원회는 그만큼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잘 짜인 준비는 성공적인 시정 운영으로 이어지지만, 부실한 진단과 성급한 판단은 임기 내내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
새로운 시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보여주기식 변화다. 선거가 끝나면 새로운 사업과 구상을 앞세우고 싶은 유혹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변화의 출발점은 새로운 사업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이어야 한다. 현재 추진 중인 사업들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예산은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는지, 시민들이 체감하는 행정의 문제는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현실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내놓은 정책은 결국 공허한 구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문경이 안고 있는 과제도 결코 가볍지 않다.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활성화, 청년유출, 미래 성장동력 확보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적지 않다.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지역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을 찾는 일이 우선이다.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정확한 처방도 가능하다.
공약 점검 역시 인수위원회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선거 과정에서 제시된 공약은 시민과 맺은 약속이다. 그러나 모든 공약을 동시에 추진할 수는 없다. 재정에는 한계가 있고 행정력도 무한하지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무엇을 먼저 추진하고 무엇을 중장기 과제로 가져갈 것인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공약의 양보다 실현 가능성이 우선이라는 점을 인수위원회는 잊지 말아야 한다.
시민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인수위원회가 어떤 문제를 논의하고 어떤 방향을 검토하는지 시민들이 알 수 있어야 한다. 정책 결정 과정이 투명할수록 시민의 신뢰는 높아진다.
밀실에서 만들어진 청사진보다 공개된 토론 속에서 다듬어진 정책이 훨씬 큰 설득력을 갖는다.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과정 자체가 좋은 정책을 만드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수식어나 화려한 비전이 아니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약속을 지키는 책임 있는 행정이다. 김학홍 당선자 인수위원회가 보여줘야 할 것도 바로 그것이다.
계획의 숫자가 아니라 완성도, 선언이 아니라 실행력이다. 새 시정에 대한 기대가 희망으로 남을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는 이제 인수위원회의 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