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축제 아닌 정치인 얼굴 알리기 무대로 전락한 개막식...
축제의 주인공은 시민이다. 그러나 문경시에서 열리는 각종 축제와 행사를 돌아보면 이 당연한 원칙은 해마다 무너진다.
무대 앞자리는 늘 정치인의 몫이고, 시민은 뒷자리에 머문다. 이 장면이 반복되면서 문경시 행사는 시민의 축제가 아닌 정치인의 무대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문경시와 각 읍면동이 주최하는 축제와 행사는 매년 수십 차례 열린다. 대부분 예외 없이 개막식을 연다. 문제는 개막식의 형식이 아니라 그 안에 고착된 지정석 관행이다.
행사장 앞자리는 관행처럼 단체장과 도의원, 시의원에게 배정된다. 시민은 초대받은 손님이고, 정치인은 주인공처럼 앉는다. 각 읍면동 등 기관장은 항상 뒷전으로 밀려나야 한다.
단체장이나 시의회 의장, 지역 도의원 참석은 행사 성격상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시의원까지 앞자리를 지정석으로 차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렵다.
시의원은 시민을 대표해 행정을 감시하고 정책을 점검하라고 선출된 자리다. 그럼에도 일부 의원은 선출만 되면 돌변해 시민 위에 서려는 태도를 보인다는 불만이 쌓이고 있다.
행사장이 원탁 형태일 경우 풍경은 더 노골적이다. 사진에 잘 찍히려고 앞쪽 자리를 차지하려는 일부 시의원들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시민들 눈앞에서 그대로 빚어지고 있다.
축제를 즐기러 온 시민들 앞에서 벌어지는 자리다툼은 행사 분위기를 식히고, 축제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최근 문경시장 모 예비후보는 현재 매년 반복되는 각종 축제의 개막식과 개회식 문화를 전면 폐지하거나 과감히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점촌동 일부 시의원을 향한 시민들의 불만은 오래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이들 의원들은 지역 밴드 등을 활용, 지나친 자신의 홍보로 더 시민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이런 목소리가 당사자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외면하는 것인지 시민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축제 현장의 앞자리 논란은 단순한 자리 배치 문제가 아니다. 시민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정치가 시민과 어떤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축제 개막식이 시민을 위한 축하의 자리가 아니라 정치인의 얼굴 알리기용 행사로 비칠 때, 축제는 이미 본래의 목적을 잃는다.
시민들은 다가오는 6·3 지방선거를 거론하며 변화를 요구한다. 몇몇 의원들은 물갈이돼야 한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축제의 주인공이 시민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정치권은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문경시 행사장의 앞자리는 오늘도 시민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