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여년전 문경 현재 모전동 오거리 주유소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당시는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시대라 주유소 사장은 유류를 판 상당한 현금을 보관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야간 강도가 들 것이 두려워 항상 방 한쪽에 긴 쇠스랑을 비치 해 두었다.
그런데 어느날 밤 자정 경 강도가 낫을 들고 침입해 돈을 주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당황한 주유소 사장은 옆에 비치 한 쇠스랑으로 강도와 싸움을 벌였다. 당연히 길이가 긴 쇠스랑이 유리했고, 강도는 쇠스랑에 찔려 낫을 버리고 피를 흘리며 도주했다.
그러나 주유소 사장은 강도를 따라가며 수차례 찔렀다. 이로 인해 강도는 과다출혈로 결국 사망했다.
이 살인사건은 결국 대법원까지 상고 돼 정당방위냐 과잉방위냐 로 논란이 되며 법조계 및 세간에 큰 화두가 된 적이 있다.
이 사건에서 하급심 법원은 과잉방위라고 보고 처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 이유는 강도가 쇠스랑에 찔려 전투력(대항력)을 상실하였는데 따라가면서 계속 쇠스랑으로 찔러 사망케 한 것은 정당방위의 범위를 넘어 과잉방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은 달랐다. 심야에 강도가 낫을 들고 침입하였고 이에 흥분 및 당황해 취한 행동은 그 정도가 지나치다 하더라도 정당방위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형법의 정당방위에 대한 단서 규정은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를 느끼고 경악(驚愕), 흥분하거나 당황해 취한 방위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정당방위의 범위를 좀 더 확대 인정하고 있다.
이 사례도 강도가 낫을 소지하고 있고 주유소 사장은 공포감으로 흥분해 다소 과다한 방어를 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심야와 같은 시간에는 흥분이나 공포스러운 상황을 참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판례는 야간에 생명의 위험을 느껴 취한 정당방위에 대한 케이스다. 그런데 재물인 경우 법원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자기 집에 금괴를 다량 보관하고 있는 자가 도둑에 대비, 금고 주변에 고압 전류의 전선을 설치해 놓았는데 도둑이 침입했다가 고압 전류에 감전돼 사망한 사건이 있다.
이 경우에서 법원의 판단은 재물을 방어하기 위해 귀중한 사람을 희생시켰기 때문에 정당방위의 범위를 넘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당방위 범위는 침해행위와 방위행위 간 어느 정도 균형이 있어야 한다. 도둑이 비싼 재물을 훔쳐 갈 위험이 있다고 해서 고압전선을 설치해 죽게 하거나 창고에 있는 어떤 물건을 훔쳐 간다고 해서 따라가 살해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적어도 정당방위에서 재물보다는 인간의 생명을 우위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당방위를 형법상 정의하면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 상당성이 있어서 위법한 행위로 평가할 수 없는 행위'를 말한다.
정당방위는 그 허용과 인정의 폭을 넓히면 남용이 되고, 엄격하게 운용하면 정당방위 제도 그 자체를 부인하게 되는 딜레마가 있다. 마치 ’손안에 든 새처럼 꽉 쥐면 죽게 되고, 너무 느슨하게 쥐면 새가 날아가는 경우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