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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문경 바이크로드 왜 무용지물로 만들었나?

기사입력 2023-03-1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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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문경시는 왜 자전거 동호인들이나 시민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산골짜기에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는 바이크로드 시설을 추진했을까.

 

 

35억 원의 혈세가 투입된 바이크로드가 개장 1년도 채 되지 않아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사실은 행정의 기본이 지켜졌는지 묻게 한다.

 

본지 기자도 문경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사업을 사전에 제대로 알지 못해 여론화하지 못한 점을 뒤늦게 자책한다. 시민 세금이 투입된 대형 사업이 충분한 검증 없이 추진됐다는 점에서 씁쓸함이 크다.

 

이 사업은 문경지역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명분으로 추진됐다. 지역 국회의원이 국비 175,000만 원을 확보했고, 도의원이 도비 52,500만 원을 지원했다. 여기에 시비 122,500만 원을 더해 총 35억 원이 투입됐다. 적지 않은 예산이다.

 

그러나 지난해 527일 개장식 당시부터 불안은 감지됐다. 바이크로드 진입로인 마성면 국도에서 4km 지점까지 안내표지판조차 없었다. 외지인은 위치 파악도 쉽지 않았다. 접근성부터 허술했다.

 

코스 설계는 더 심각하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경사도가 20%를 넘는 구간이 상당하다. 산악자전거 상급자도 오르기 어렵다. 사실상 단산 모노레일을 이용해 정상에 오른 뒤 내려오는 다운힐 전용 코스에 가깝다. 전국 산악자전거 코스 가운데 이처럼 위험 부담이 큰 사례는 드물다.

 

결국 지난해 가을 첫 답사에 나선 지역 산악자전거 상급자 K씨가 사고로 중상을 입었다. 이후 이용자는 끊겼다. 현재 시설은 사실상 방치 상태다. 이동식 사무실은 임도 관리 용도로만 쓰이고 있다.

 

문제는 절차다. 설계 과정에서 문경시 자전거연합회나 지역 동호인들과 사전 협의나 자문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외지인 자문에 의존해 설계·시공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수요자 의견이 배제된 사업은 실패할 가능성이높다.

 

시의회 역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임에도 현장 점검과 타당성 검토에 적극적이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견제와 감시 기능이 작동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이 지역 출신 A씨는 기존 광산 임도를 활용한 공사라면 비용이 크게 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35억 원 투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예산 산정과 집행의 적정성도 점검 대상이다.

 

결국 남은 것은 이용자 없는 시설과 시민의 허탈감이다. 지역 자전거 동호인들은 정작 안전하게 즐길 산악 코스가 없어 타 시·군으로 발길을 돌린다. 사업 취지와 정반대 결과다.

 

사업을 설계하고 집행한 관계자들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행정은 결과로 평가받는다. 예산은 단돈 1만원이라도 시민의 혈세다. 사전 검증과 수요 조사, 전문가 자문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다.

 

시민은 알 권리가 있다. 실패한 사업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투명하게 밝히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다. 혈세가 헛되이 쓰였다는 의혹 앞에서 침묵은 답이 될 수 없다.

 
이성일 기자

이성일 기자 (sllee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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